문과 지붕이 없는 차 위에서 기관총을 거치한 채 파도를 가르며 해안으로 돌진한다 — 특수부대가 굳이 이렇게 만든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걸프전의 교훈이 만든 차량
GMV(Ground Mobility Vehicle)의 뿌리는 1991년 걸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미 육군 특수부대는 이라크 사막 깊숙이 침투해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를 수색하는 임무를 맡았는데, 표준 험비로는 광활한 사막을 열흘 넘게 버틸 물자를 싣기도, 매복에서 재빨리 대응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미 특수작전사령부(SOCOM)는 1985년 시작된 사막기동차량(DMV)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GMV라는 이름의 전용 플랫폼을 만들어냈습니다. 문과 지붕을 없앤 것은 단순한 경량화가 아니라,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탄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필요하면 순식간에 차량을 버리고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결과입니다. 이후 GMV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특수부대의 표준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붕도 문도 없는데 열흘을 버티는 비결
GMV의 가장 큰 특징은 뒷좌석 대신 개방형 적재함을 얹었다는 점입니다. 탑승 인원은 최소 1명부터 완전군장을 갖춘 대원 10명까지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고, 남는 공간에는 연료와 탄약, 식량을 가득 채워 지원 없이도 사막에서 최장 열흘을 버틸 수 있습니다. 6.5리터 V8 터보디젤 엔진(190마력)을 얹어 최고 시속 113km로 달리고 항속거리는 440km에 이르며, 지상고 42.7cm 덕분에 험지에서도 쉽게 좌초되지 않습니다. 무게는 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2.5톤까지 실을 수 있고, 1,900kg짜리 물체를 끌어올리는 윈치까지 기본으로 달려 있습니다. 화력도 만만치 않아서 M2 12.7mm 중기관총, M60·M240 기관총, 미니건, Mk19/47 유탄발사기까지 임무 성격에 맞춰 자유롭게 바꿔 달 수 있고, 필요할 때는 방탄판과 방탄유리를 덧대는 장갑 개조판도 운용됩니다.
험비를 넘어 플라이어72로
세월이 흐르며 험비 기반 GMV는 너무 무겁고 느리다는 지적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SOCOM은 더 가볍고 빠르며 항공기로 옮기기 쉬운 후속 차량을 공모했고, 노스롭그루먼·AM제너럴·오시코시 등 쟁쟁한 업체들을 제치고 제너럴다이내믹스의 '플라이어72'가 2013년 계약을 따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GMV 1.1(M1288)은 최대 6억 2천만 달러 규모로 1,297대가 계획됐습니다. 공차중량 3.1톤에 195마력 유로5 디젤엔진을 얹어 시속 118~153km까지 속도를 끌어올렸고, 최대 9명까지 탈 수 있는 좌석 배치에 4도어 장갑형 사양은 방탄 등급 B6까지 버팁니다. 무엇보다 V-22 오스프리, CH-47 치누크, C-130까지 웬만한 대형 수송기에는 모두 실을 수 있게 설계돼, 어디든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진짜 '기동'차량이 됐습니다.
| 항목 | GMV (구형) | GMV 1.1 (플라이어72) |
|---|---|---|
| 기반 차량 | 험비(HMMWV) | 제너럴다이내믹스 플라이어72 |
| 최고 속도 | 시속 약 113km | 시속 118~153km |
| 탑승 인원 | 최대 10명 | 최대 9명 |
| 도입 계약 | 걸프전 이후 자체 개조 | 2013년 제너럴다이내믹스 계약(최대 6.2억 달러) |
| 항공 수송 | 일부 기종 한정 | V-22·CH-47·C-130 등 대부분 가능 |
5개 특수전 부대가 함께 타는 차
GMV 계열은 한 부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군 특수전 5개 커뮤니티가 나란히 굴리는 공용 플랫폼입니다. 육군 특수부대는 GMV-S, 75레인저연대는 GMV-R, 해군 네이비씰은 GMV-N, 공군 특수작전사령부는 GMV-T·SD·ST, 해병 특수작전사령부는 GMV-M이라는 이름으로 각자 임무에 맞춰 개조해 씁니다. 사진에서 흔히 보는, 파도를 가르며 해안으로 돌진해 M2 기관총을 거치한 채 상륙하는 장면은 네이비씰의 GMV-N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018년에는 미 육군 공수부대도 90% 이상 부품을 공유하는 M1297을 도입해 낙하산 강하 후 바로 조립해 쓸 수 있는 경량형까지 갖췄고,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우방국들도 같은 계열 차량을 수입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문짝 하나 없는 이 투박한 차량이 세계 각국 특수부대의 기본 발이 된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