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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가 없어도 스텔스 전투기가 뜬다|해리어를 계승한 F-35B의 놀라운 비밀

9월 27, 2026

활주로가 없어도 스텔스 전투기가 뜬다|해리어를 계승한 F-35B의 비밀

USS America에 수직착륙하는 F-35B 라이트닝 II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

전투기가 작전을 수행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활주로다. 

수십 톤에 달하는 현대 전투기가 하늘로 올라가려면 충분한 길이의 활주로가 필요하고, 착륙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상식을 깨는 전투기가 있다. 짧은 거리를 달려 이륙하고, 돌아올 때는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내려앉을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 F-35B 라이트닝 II(F-35B Lightning II)다.

지난 이야기에서 살펴본 해리어(Harrier)가 수직이착륙 전투기의 시대를 열었다면, F-35B는 그 개념을 스텔스와 초음속 시대에 맞춰 완전히 새롭게 발전시킨 기체라고 할 수 있다.


■ F-35는 한 종류가 아니다

F-35 라이트닝 II는 크게 F-35A, F-35B, F-35C 세 종류로 나뉜다.

F-35A는 일반적인 지상 활주로를 사용하는 기본형이며, F-35C는 미국 해군의 대형 항공모함 운용에 맞게 개발된 함재기형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상당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F-35B다.

F-35B의 핵심은 STOVL, 즉 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 능력이다. 우리말로 하면 '단거리 이륙·수직 착륙'이다.

완전한 수직이륙도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실제 작전에서는 연료와 무장을 더 많이 싣기 위해 짧게 활주한 뒤 이륙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좁은 함정의 비행갑판 등에 수직으로 착륙할 수 있다.


■ 해리어와 F-35B는 무엇이 다를까?

겉으로 보면 해리어와 F-35B 모두 수직으로 내려앉기 때문에 비슷한 원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상당히 다르다.

해리어는 롤스로이스 페가수스(Pegasus) 계열 엔진에서 만들어진 추력을 여러 개의 회전식 노즐을 통해 아래쪽으로 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F-35B는 훨씬 복잡하다.

기체 뒤쪽에는 강력한 Pratt & Whitney F135 엔진이 있고, 조종석 뒤쪽에는 Rolls-Royce LiftFan이 자리한다.

수직착륙 모드가 되면 F135 엔진의 동력 일부가 드라이브 샤프트를 통해 앞쪽의 리프트팬으로 전달된다.

그러면 리프트팬은 기체 앞부분을 들어 올리고, 뒤쪽에서는 엔진의 배기구인 3BSM(3-Bearing Swivel Module)이 아래쪽으로 회전해 추력을 발생시킨다.

여기에 양쪽 날개의 Roll Post가 자세를 제어한다.

결과적으로 기체 앞·뒤와 좌·우에서 발생하는 힘을 정밀하게 제어하면서 F-35B가 공중에서 균형을 잡고 내려오는 것이다.


■ 조종석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리프트 팬

F-35B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장치는 리프트팬이다.

USS America 강습상륙함에 착륙하는 미 해병대 F-35B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



Rolls-Royce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LiftFan은 직경 약 50인치의 2단 역회전 팬으로, 약 20,000파운드의 수직 추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별도의 엔진으로 이 팬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F135 주 엔진의 힘을 드라이브 샤프트와 클러치를 통해 리프트팬으로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최대 약 29,000축마력이 전달된다.

뒤쪽의 3BSM은 엔진 배기가스를 아래쪽으로 돌려주는 장치다. 

이 노즐은 약 2.5초 만에 최대 95도까지 회전할 수 있다.

전투기 내부에서 수만 마력의 힘을 기계적으로 앞쪽 팬에 전달하면서 동시에 뒤쪽 제트 분사 방향까지 바꾸는 것이다.


■ F-35B가 공중에 멈춰 있을 수 있는 이유

수직착륙 중인 F-35B 영상을 보면 기체가 마치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단순히 엔진 출력을 높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균형이 무너지면 수십 톤에 가까운 전투기가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F-35B에서는 리프트팬, 뒤쪽 회전 노즐, 양쪽 날개의 Roll Post와 비행제어 시스템이 함께 작동한다.

조종사는 과거 수직이착륙 전투기보다 훨씬 자동화된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기체를 제어한다.

눈에 보이는 것은 단순한 수직착륙이지만 그 순간 기체 내부에서는 엔진과 리프트팬, 노즐 그리고 비행제어 컴퓨터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 왜 굳이 이렇게 복잡한 전투기를 만들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활주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에서 공군기지는 중요한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긴 활주로가 손상되면 일반 전투기는 정상적인 이착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F-35B는 상대적으로 짧은 활주 공간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함정 운용이다.

미 해병대의 강습상륙함처럼 대형 항공모함보다 작은 비행갑판을 가진 함정에서도 F-35B를 운용할 수 있다.

미 해군은 USS America 등에서 F-35B 운용시험을 실시했으며, 미 해병대는 2015년 F-35B의 초기작전능력(IOC)을 공식 선언했다.


■ 영국 항공모함에도 F-35B가 올라가는 이유

영국 역시 F-35B를 선택했다.

영국의 Queen Elizabeth급 항공모함에는 미국의 니미츠급이나 포드급 항공모함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증기식 캐터펄트가 없다.

대신 함수에 설치된 스키점프 형태의 비행갑판을 이용해 F-35B가 짧게 활주한 뒤 이륙한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F-35B의 STOVL 능력을 이용한다.

영국 공군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해리어를 대체하기 위한 기종으로 F-35B를 선택했고, 2012년 첫 F-35B를 인도받았다.


■ 일본도 F-35B를 도입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서도 F-35B 운용이 현실이 됐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2025년 8월 F-35B가 미야자키현 뉴타바루(新田原) 기지에 처음 배치됐다.

일본은 이와 함께 해상자위대의 이즈모급 함정을 F-35B 운용이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21년에는 미 해병대 F-35B가 JS Izumo에 착함하는 검증시험을 실시했으며, 2024년에는 개조된 JS Kaga에서도 F-35B 함상 운용시험이 진행됐다.

결국 F-35B의 특징은 단순히 '수직으로 착륙하는 전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상기지뿐 아니라 다양한 해상 플랫폼으로 전투기 운용 공간을 확대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 그렇다면 F-35B가 F-35A보다 무조건 좋은가?

그렇지는 않다.

수직착륙 능력을 얻기 위해서는 리프트팬과 드라이브 샤프트, 클러치, 회전식 노즐 등 많은 장치를 기체 내부에 넣어야 한다.

그 공간은 다른 전투기라면 연료나 각종 장비가 들어갈 수도 있는 자리다.

따라서 F-35B는 F-35A와 비교했을 때 작전반경과 내부 공간 활용 등에 차이가 생긴다.

결국 F-35A와 F-35B는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수하다기보다 임무와 운용 환경이 다르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긴 활주로가 확보된 공군기지에서는 F-35A가 효율적일 수 있고, 짧은 비행갑판이나 제한된 활주 공간에서 운용해야 한다면 F-35B의 STOVL 능력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해리어에서 F-35B까지

해리어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전투기가 공중에서 멈춰 있다가 수직으로 내려오는 모습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F-35B는 그 아이디어를 그대로 복제한 전투기는 아니다.

스텔스 설계와 초음속 비행 능력, 센서 융합 기술을 갖춘 현대 전투기에 STOVL 능력을 결합하기 위해 완전히 다른 수준의 기계적·전자적 시스템이 적용됐다.

흥미롭게도 기술적인 계보는 이어져 있다. 

Rolls-Royce는 F-35B LiftSystem을 해리어의 Pegasus 엔진에서 이어진 수십 년간의 STOVL 기술 발전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해리어가 '활주로가 없어도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F-35B는 그 개념을 21세기의 스텔스 전투기로 발전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볼트맨의 한마디

F-35B의 수직착륙 영상을 처음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래로 꺾이는 거대한 엔진 노즐이다.

하지만 진짜 재미있는 부분은 기체 내부에 있다.

조종석 바로 뒤에서는 거대한 리프트팬이 돌아가고, 엔진의 수만 마력에 달하는 동력이 샤프트를 통해 전달된다. 동시에 뒤쪽 노즐과 날개의 Roll Post가 힘의 균형을 맞춘다.

이 복잡한 장치들이 하나처럼 움직여야 비로소 거대한 스텔스 전투기가 좁은 비행갑판 위에 천천히 내려앉을 수 있다.

지난 세대의 해리어에서 시작된 수직이착륙 전투기의 역사를 살펴봤다면, F-35B는 그 기술이 지금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