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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부대란, 반란 당일 유일하게 가담하지 않은 특전여단

9월 04, 2026
2015년 촬영된 대한민국 육군 특수전사령부 산악극복훈련 모습

사진: 대한민국 국군(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공식 사진 · CC BY-SA 2.0(2015년 6월 육군 특수전사령부 산악극복훈련)

인천의 어느 부대 정문에서 도보로 몇 분 거리, 지하철로는 두 정거장쯤 떨어진 자리에 나란히 주둔하던 두 형제 여단이 있었습니다. 1979년 12월 12일 밤, 이 가운데 한 곳은 반란군에 가담해 서울로 향했고 다른 한 곳은 출동했다가 원대로 되돌아갔습니다. 후자가 바로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제9공수특전여단, 별칭 '귀성부대'입니다. 평소 병사들이 서로 오가며 밥을 나눠 먹을 만큼 가까웠던 두 부대의 운명은 그날 밤 왜 정반대로 갈렸을까요. 그리고 이 부대의 이름에는 어쩌다 다른 형제 여단들과 전혀 다른 유래가 담기게 됐을까요.

귀성부대란, 특전사 다섯 번째로 태어난 여단

제9공수특전여단은 1974년 10월 1일 창설된 부대로, 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 특수작전여단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만들어졌습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장수동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51특전대대(멧돼지대대), 52특전대대(황소대대), 53특전대대(백사·독사대대), 55특전대대(악어대대) 네 개 대대와 본부대, 장비정비대, 정보통신대, 특수임무대 등 직할대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대대 별칭만 봐도 알 수 있듯 멧돼지, 황소, 독사, 악어처럼 힘과 공격성을 상징하는 동물 이름을 나란히 붙여 놓았는데, 정작 이 부대를 대표하는 여단급 별칭은 이런 흐름과는 전혀 다른 데서 왔습니다. 바로 '귀성부대'라는 이름입니다.

별의 이름을 쓰는 유일한 특전여단

특전사 예하 여단들의 별칭을 나열해 보면 1공수특전여단은 독수리부대, 3공수특전여단은 비호부대, 7공수특전여단은 천마부대, 11공수특전여단은 황금박쥐부대, 옛 13공수특전여단에서 개편된 13특수임무여단은 흑표부대, 707특수임무단은 백호부대로 하나같이 맹수나 맹금류 같은 동물에서 이름을 따 왔습니다. 그런데 9공수특전여단만은 예외적으로 동양 천문학의 이십팔수 가운데 하나인 '귀수(鬼宿)'에서 이름을 가져왔습니다. 귀수는 남방칠수 중 두 번째 별자리로 서양 별자리로는 게자리 부근에 해당하며 네 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고, 예로부터 '귀(鬼)' 또는 '여귀(輿鬼)'라 불렸는데 여귀는 수레라는 뜻도 담고 있습니다. 형제 여단들이 사나운 짐승의 이름으로 위압감을 드러낸 것과 달리, 9공수특전여단만 유독 밤하늘의 별자리에서 이름을 가져온 셈입니다.

담장 하나 사이, 다른 운명이 된 형제부대

1979년 무렵 9공수특전여단은 인천 부평구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바로 이웃한 자리에 5공수특전여단도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두 부대 정문 사이 거리는 지하철로 두 정거장 정도에 불과했고, 반대편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서로 보일 만큼 가까운 거리였습니다. 병사들이 두 부대를 오가며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고, 두 부대 사이에 자리한 중국집 한 곳은 지금도 40년 넘게 영업을 이어가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한 지붕 두 가족처럼 지내던 두 여단이 1979년 12월 12일 밤,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하나는 신군부의 반란에 가담해 서울로 향했고, 다른 하나는 출동했다가 되돌아왔습니다.

자정, 서울을 향해 출발했던 부대

그날 밤 9시 50분 무렵, 정병주 특전사령관은 9공수특전여단에 출동을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병력 대부분이 충남 서산으로 훈련을 나가 있어 실제 동원 가능한 전력은 1개 대대뿐이었습니다. 이 부대는 12월 13일 자정 5분경 부평을 출발해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했지만, 부천 나들목 부근에서 육군본부의 명령에 따라 20분 만에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반면 이웃한 5공수특전여단은 9공수가 원대로 복귀할 무렵인 새벽 2시경 서울을 향해 출발해 반란군에 합류했습니다. 두 부대가 같은 시각에 움직였다면 나란히 서울로 향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을, 출동 시각의 근소한 차이가 갈라놓은 셈입니다.

반란군이 포섭하지 못한 이유

당시 서울 근교에 주둔하던 공수특전여단 가운데 1공수특전여단은 박희도 준장, 3공수특전여단은 최세창 준장, 5공수특전여단은 장기오 준장이 지휘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하나회 소속으로 이미 반란 세력에 포섭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9공수특전여단장 윤흥기 준장과 참모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갑종장교 출신이었던 탓에 하나회의 사전 포섭 대상에서 비켜나 있었습니다. 결국 반란 세력은 예상치 못하게 서울로 접근해 온 9공수특전여단을 힘으로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자, 육군본부와 '서로 원대 복귀한다'는 신사협정을 맺어 부대를 돌려보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부대를 이끄는 사람이 누구였는지가 그날 밤 부대의 운명을 갈랐던 셈입니다.

반란에 동원되지 않은 부대

이런 사정 덕분에 9공수특전여단은 12·12 군사반란에 직접 동원되지 않았고, 이듬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되어 시민을 향해 무력을 행사한 이력도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특전여단 가운데서도 독특한 위치를 갖는 부대로 기억됩니다. 다만 반란이 성공하고 신군부가 정권을 잡은 뒤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하나회가 군 인사를 장악하면서 육사 15기 출신 이진삼 준장이 새 여단장으로 부임했고, 이후 9공수특전여단도 다른 여단들과 마찬가지로 하나회의 영향권 안으로 편입되었습니다. 반란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후의 모든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셈입니다.

특전사 예하 여단, 별칭으로 보는 계보

귀성부대라는 이름이 얼마나 예외적인지는 특전사 예하 여단들의 별칭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부대명 별칭 이름의 유래 비고
1공수특전여단 독수리부대 동물(맹금류) 특전사 최초 창설 여단
3공수특전여단 비호부대 동물(전설 속 호랑이) -
7공수특전여단 천마부대 동물(전설 속 천마) -
9공수특전여단 귀성부대 별자리(28수 중 귀수) 동물이 아닌 유일한 이름
11공수특전여단 황금박쥐부대 동물(박쥐) -
13특수임무여단 흑표부대 동물(표범) 2017년 13공수특전여단에서 개편
707특수임무단 백호부대 동물(호랑이) 2019년 단급으로 승격

귀성부대라는 이름 하나에는 형제 여단들과 다른 상징을 고른 창설 당시의 선택부터, 반란의 밤 우연과 지휘관의 성향이 겹쳐 갈린 운명, 그 뒤 이어진 부대의 변화까지 여러 겹의 이야기가 쌓여 있습니다. 같은 담장 아래서 함께 밥을 먹던 부대를 정반대의 선택으로 갈라놓은 것도, 그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더한 것도 결국은 사람과 그날의 상황이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707특수임무단과 함께, 특전사 예하 여단들이 저마다 어떤 사연을 안고 있는지는 다음 기회에 또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