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Q-9 리퍼, 하늘에서 기다리는 사냥꾼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
안녕하세요. 볼트맨의 밀리터리 이야기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지상 15km가 훌쩍 넘는 고도에서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하는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무인기가 적을 발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오랜 시간 표적을 추적하다가 필요할 때 직접 공격까지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그 개념을 대표하는 미국의 MQ-9 리퍼(MQ-9 Reaper)입니다.
긴 날개와 가느다란 동체만 보면 정찰기가 먼저 떠오르지만, 날개 아래에는 헬파이어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MQ-9은 현대전에서 무인기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기체입니다.
프레데터보다 훨씬 강력한 무인기가 필요했다
MQ-9의 뿌리는 유명한 MQ-1 프레데터에 있습니다. 프레데터는 처음에는 감시와 정찰을 중심으로 개발됐지만 이후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하면서 무장 무인기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격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속도와 탑재량 등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너럴 아토믹스가 개발한 기체가 처음에는 Predator B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MQ-9입니다.
2001년 Predator B가 첫 비행에 성공했고, 이후 미 공군은 이 기체를 MQ-9으로 발전시켰습니다. 2006년에는 'Reaper'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붙었습니다.
Reaper는 영어로 '수확하는 자'라는 뜻이지만, 흔히 죽음을 상징하는 'Grim Reaper'를 연상시키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미 공군 역시 당시 새로운 이름이 이 무인기의 공격적인 성격을 반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MQ-9은 생각보다 상당히 크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
사진만 보면 MQ-9을 작은 무인기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 크기를 보면 인상이 달라집니다.
- 길이 : 약 11m
- 날개폭 : 약 20.1m
- 높이 : 약 3.8m
- 공허중량 : 약 2,223kg
- 최대이륙중량 : 약 4,760kg
- 탑재중량 : 약 1,701kg
- 엔진 : Honeywell TPE331-10GD 터보프롭
- 최대 출력 : 900shp
- 순항속도 : 약 200노트(약 370km/h)
- 운용고도 : 최대 약 50,000피트(15.2km)
날개폭만 약 20m입니다. 상당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드론'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크기입니다.
특히 MQ-1 프레데터가 115마력급 엔진을 사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MQ-9의 9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은 상당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조종사는 어디에 있을까?
MQ-9에는 조종사가 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모든 것을 판단하며 날아다니는 완전 자율 전투기도 아닙니다.
기본적인 운용에는 조종사와 센서 운용요원이 참여합니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조종사가 반드시 MQ-9이 날고 있는 전장 가까이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미 공군은 이른바 Remote Split Operations라는 방식을 활용해왔습니다. 전방 기지의 인력이 이착륙을 담당하고, 비행 이후의 임무는 원거리에 있는 지상통제소에서 위성통신 등을 이용해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MQ-9의 진짜 무기는 기체 하나가 아니라 항공기·센서·통신망·위성링크·지상통제소·운용인력이 하나로 연결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퍼가 무서운 이유는 '오래 기다릴 수 있기 때문'
전투기의 강점이 빠른 속도와 강력한 화력이라면 MQ-9의 장점은 조금 다릅니다.
오랜 시간 특정 지역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표적이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인 전투기를 계속 상공에 띄워놓는 것은 상당한 부담입니다. 반면 장기체공형 무인기는 오랫동안 지역을 감시하면서 필요한 순간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MQ-9은 단순히 '폭탄을 떨어뜨리는 무인기'라기보다 정보·감시·정찰(ISR)과 타격 능력이 결합된 플랫폼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눈 역할을 하는 센서
MQ-9의 핵심은 무장만이 아닙니다.
주야간 감시와 표적 추적을 위한 전자광학·적외선 계열 센서를 활용하며, 레이저를 이용해 표적을 지정하고 정밀유도무기 운용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MQ-9의 임무는 단순 공격에 그치지 않습니다.
정보수집, 감시·정찰, 근접항공지원, 전투탐색구조 지원, 호송대 감시, 표적 개발, 정밀타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미 공군이 MQ-9의 주 임무를 정보수집과 타격·조정·정찰 지원으로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날개 아래에는 무엇을 달 수 있을까?
MQ-9이 프레데터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 무장 탑재 능력입니다.
미 공군이 공개한 대표적인 무장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 GBU-12 Paveway II 레이저 유도폭탄
- GBU-38 JDAM
- GBU-49 Enhanced Paveway II
- GBU-54 Laser JDAM
즉 MQ-9은 표적을 장시간 감시하다가 공격 명령이 내려지면 탑재한 정밀유도무기로 타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MQ-9의 중요한 특징이 나타납니다.
'찾는 항공기'와 '공격하는 항공기'가 반드시 따로 있을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한 플랫폼이 감시와 추적, 표적 지정, 공격을 연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무인기 운용 개념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렇다면 MQ-9은 무적일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MQ-9은 스텔스 전투기가 아니며, 고성능 전투기처럼 빠른 속도로 위협을 회피하는 기체도 아닙니다.
따라서 강력한 방공망과 전투기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운용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위성통신과 데이터링크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 역시 전자전이 중요해지는 현대 전장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이것은 MQ-9의 가치가 낮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어떤 환경에서 MQ-9의 장점이 극대화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공중 우세가 확보되거나 방공 위협이 제한적인 환경에서 장시간 감시와 정밀타격을 결합하는 것이 MQ-9의 대표적인 강점입니다.
글로벌호크와 리퍼는 무엇이 다를까?
어제 살펴본 RQ-4 글로벌호크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글로벌호크가 넓은 지역을 높은 고도에서 바라보는 전략적인 '눈'이라면, MQ-9은 특정 지역을 오랫동안 관찰하면서 필요할 경우 직접 타격까지 수행할 수 있는 '눈과 무기'가 결합된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두 기체 모두 무인기이지만 설계 목적과 운용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
이 점을 알고 보면 현대 군용 드론을 단순히 크기나 외형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MQ-9이 남긴 가장 큰 변화
MQ-9 리퍼의 의미를 단순히 '미사일을 장착한 드론'이라고 설명하면 이 기체의 특징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MQ-9이 보여준 중요한 변화는 감시와 정찰, 표적 추적, 지휘통제 그리고 정밀타격을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연결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찰기가 적을 발견하고 정보를 전달한 뒤 다른 공격기가 출격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MQ-9과 같은 무장 무인기의 등장으로 이러한 과정의 일부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오늘날 전장에서는 드론을 탐지하고 격추하거나 통신을 방해하는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드론과 대드론 기술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 이야기
글로벌호크가 '전략 정찰형 무인기'의 대표주자였다면, MQ-9 리퍼는 '정찰·공격형 무인기'를 대표하는 기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조금 다른 무인기를 만나보겠습니다.
레이더에 쉽게 잡히지 않도록 만들어진 스텔스 무인정찰기.
한동안 그 존재 자체가 베일에 싸여 있었고 독특한 외형 때문에 '칸다하르의 야수'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기체가 있습니다.
다음 볼트맨의 밀리터리 이야기에서는 RQ-170 센티넬을 살펴보겠습니다.
볼트맨의 밀리터리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