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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2명이 70km 밖을 타격한다? RCH 155, 자주포의 상식을 바꾸다

9월 10, 2026

병사 2명이 70km 밖을 타격한다? RCH 155, 자주포의 상식을 바꾸다

독일 KNDS가 개발한 RCH 155 차륜형 자주포가 BOXER 8x8 장갑차 위에 탑재된 모습

사진 출처: Krauss-Maffei Wegmann(KMW), 위키미디어 커먼즈 제공(CC BY 4.0)


안녕하세요. 볼트맨의 밀리터리 소개입니다.

현대전에서 포병의 중요성은 여전히 막강합니다. 

적보다 멀리 쏘고, 더 빠르게 사격한 뒤 상대의 반격이 시작되기 전에 자리를 벗어나는 능력은 이제 자주포의 생존성과 직결됩니다.

그런데 만약 강력한 155mm 자주포를 단 두 명의 병사가 운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오늘 소개할 무기는 독일 KNDS가 개발한 RCH 155(Remote Controlled Howitzer 155mm)입니다.

처음 외형만 보면 BOXER 8×8 장갑차 위에 거대한 포탑을 올려놓은 차륜형 자주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기존 자주포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대한 155mm 자주포를 단 2명이 운용한다

RCH 155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특징은 승무원 수입니다.

기존 자주포는 지휘, 조준, 장전, 차량 운전 등 여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수의 승무원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RCH 155는 운전병과 지휘관, 단 두 명만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그 이유는 BOXER 장갑차 차체 위에 장착된 AGM(Artillery Gun Module)에 있습니다.

이 포탑은 사람이 직접 들어가 포탄을 장전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자동장전과 사격통제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포탄 장전, 장약 처리, 신관 설정, 포신 조준 등 상당 부분이 자동화되어 있습니다.

승무원은 포탑이 아니라 차체 전방의 보호된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합니다.

결국 RCH 155는 단순히 승무원 숫자를 줄인 자주포라기보다는 자주포 운용 시스템 자체를 자동화한 무기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155mm L52 주포와 분당 8발 이상의 발사속도

RCH 155의 주무장은 NATO 표준 체계에 대응하는 155mm L52 주포입니다.

제조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대 발사속도는 분당 8발 이상이며, 차량 내부에는 약 30발의 포탄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

사거리 역시 탄종에 따라 상당히 넓습니다.

일반적인 장거리 탄약뿐 아니라 V-LAP이나 VULCANO 계열과 같은 장거리 탄약을 사용하면 50km를 넘어서는 교전이 가능하며, 특정 장거리 탄약에서는 최대 70km급 사거리도 제시됩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RCH 155가 어떤 포탄을 사용하더라도 무조건 70km를 사격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주포의 실제 사거리는 포탄 종류와 장약, 사격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최대 70km’라는 표현은 장거리 특수탄을 사용하는 조건에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현대 포병전에서는 쏘는 것보다 도망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자주포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화력과 사거리가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전에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대포병 레이더와 무인기, 정찰위성, 정밀유도무기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포병이 사격하는 순간 상대에게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한 장소에서 계속 사격하는 자주포는 이제 좋은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포병에서 중요한 전술이 바로 사격 후 즉시 진지이동입니다.

흔히 ‘Shoot and Scoot’이라고 부르는 개념입니다.

RCH 155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최고속도 시속 100km급, BOXER 8×8 플랫폼

RCH 155는 궤도형 차량이 아니라 독일의 BOXER 8×8 차륜형 장갑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합니다.

도로에서의 최고속도는 약 시속 100km급이며 항속거리도 700km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륜형 차량의 장점은 장거리 이동에서 특히 두드러집니다.

궤도형 차량에 비해 포장도로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장거리 이동 시 상대적으로 정비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포병부대가 넓은 작전지역을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상당한 장점입니다.

물론 차륜형 차량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진흙이나 깊은 눈, 험준한 야지와 같은 환경에서는 일반적으로 궤도형 차량이 더 뛰어난 기동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결국 RCH 155는 모든 상황에서 기존 궤도형 자주포를 대체하기보다는 높은 도로 기동성과 자동화를 중시한 새로운 형태의 포병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별도의 대형 지지장치 없이 빠르게 사격한다

차륜형 자주포 가운데 일부는 사격 전에 차량을 안정시키기 위해 대형 지지장치를 내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RCH 155는 이러한 사격 준비과정을 최소화해 빠르게 사격하고 다시 이동하는 운용을 목표로 설계됐습니다.

사격 명령을 받은 뒤 포탄을 발사하고 상대의 대포병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진지를 이탈하는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실제 전장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RCH 155가 단순한 ‘차륜형 자주포’ 이상의 평가를 받는 이유입니다.


움직이면서 155mm 포를 쏜다?

RCH 155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독특한 기능 중 하나가 기동 중 사격입니다.

일반적인 자주포는 차량을 정지시킨 후 정확한 사격을 실시합니다.

하지만 RCH 155는 고도로 자동화된 사격통제 시스템과 포탑 안정화 기술을 활용해 이동 상태에서도 사격할 수 있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물론 실제 전장에서 모든 사격을 이동하면서 실시할 이유는 없습니다.

정확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안정된 위치에서 사격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 중 사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자주포의 자동화 수준과 사격통제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RCH 155가 K9보다 좋은 자주포일까?

한국에서 자주포 이야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K9 자주포입니다.

RCH 155를 보면 자연스럽게 K9과 비교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두 무기를 단순히 놓고 ‘어느 것이 더 좋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두 자주포가 추구하는 방향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RCH 155는 차륜형 플랫폼의 높은 도로기동성, 2인 승무원, 무인포탑, 자동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K9 계열은 궤도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뛰어난 야지기동성을 갖추고 있으며 여러 국가에서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 검증된 자주포 체계라는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K9 개량형 역시 자동화 수준을 크게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 무기의 비교는 단순한 화력 비교보다는 차륜형 자동화 자주포와 궤도형 자주포가 미래 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눌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더 흥미롭습니다.


영국은 왜 RCH 155를 선택했을까?

RCH 155가 최근 더욱 주목받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영국군의 선택입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AS90 자주포를 지원하면서 생긴 전력 공백을 보완하고 차세대 포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자주포 도입을 추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차세대 포병전력의 핵심 장비 가운데 하나로 RCH 155를 선택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수십 문의 RCH 155를 도입해 노후화된 포병전력을 재편할 예정입니다.

이 선택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RCH 155가 단순한 시제품이나 기술실증용 무기가 아니라 실제 유럽 주요 육군의 차세대 포병체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자주포는 결국 무인화될까?

개인적으로 RCH 155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70km급 최대사거리도,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도 아닙니다.

바로 승무원 2명과 무인 자동포탑입니다.

현대전에서는 첨단 무기 한 대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운용할 숙련된 병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면 숙련된 병사의 손실은 장비 손실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자동화는 단순히 편리함을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승무원을 위험한 탄약 취급 공간에서 분리하고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화력을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생존성과 전투효율의 문제입니다.

RCH 155의 등장과 발전을 보고 있으면 미래의 자주포에서 사람이 직접 무거운 155mm 포탄을 장전하는 모습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볼트맨의 한마디

RCH 155를 단순히 ‘최대 70km를 쏘는 독일 자주포’라고 소개하면 이 무기의 핵심을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 자주포에서 정말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동화와 기동성입니다.

단 두 명의 승무원이 탑승하고, 포탄 장전과 사격과정 상당 부분을 자동으로 처리하고, 공격 후 빠른 속도로 진지를 이탈합니다.

과거 자주포 경쟁이 누가 더 큰 포를 가지고 더 멀리 쏘느냐의 경쟁이었다면 미래에는 조금 다른 경쟁이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누가 더 빨리 탐지하고, 더 적은 인원으로 사격하고, 상대의 반격이 오기 전에 살아서 자리를 벗어나느냐.

RCH 155는 바로 그 방향을 보여주는 자주포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 전장에서 이러한 높은 수준의 자동화가 기존 자주포보다 얼마나 뛰어난 효율성과 신뢰성을 보여줄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미래 포병의 모습이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료 참고

KNDS RCH 155 공식 자료
영국 정부 및 영국 국방부 RCH 155 관련 발표자료